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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스스로 목숨 끊은 울산 30대 사회복지 공무원, 유서엔....
작성일
2014-01-08 16:49
“일이 많은 것 정도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이기에 하나의 인격체이기에 최소한의 존중과 대우를 원하는 것이다. 날 짓누르는 조직과 질서 앞에, 지난 두 명의 죽음을 약하고 못나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으로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

지난 19일 오후 울산 동구 일산동 공원 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 안에서 목숨을 끊은 울산 중구 사회복지직 공무원 ㅇ(36)씨가 남긴 유서의 한 부분이다. 올해 들어 경기도 용인과 성남에 이어 울산에서 세번째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잇따라 격무와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ㅇ씨는 지난 1월 9급으로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이었다.

그는 유서에서 “공공조직의 제일 말단에서 온갖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하는 일개 부속품으로서 하루하루를 견딘다는 건 괴물과의 사투보다 더 치열하다. 누구에게나 고되고 힘든 자리이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그런 말을 듣자면 힘이 나는게 아니라 마구 화가 치솟는다”고 호소했다.

그가 동 주민센터에 배치돼 처음 맡은 업무는 장애인과 노인·어린이 등의 복지 지원이었다. 장애등급 판정부터 장애인 자동차표지판과 고속도로 할인증 발급, 장애연금 신청, 한부모 아동 급식비 지원, 노인 일자리·기초노령연금 신청 접수 등까지 줄잡아 20가지를 넘었다. 여기에 올해부터 교육청에서 동 주민센터로 이관된 초·중·고 교육비 지원 업무에다 이달부터 시행된 0~5살 어린이의 전면 무상보육을 앞두고 지난달 4일 무상보육 신청 접수가 시작되면서부터는 28일까지 폭주하는 업무 때문에 거의 날마다 야근에 휴일근무까지 해야 했다. 그가 이 기간 처리해야 했던 무상보육 신청 건수만 해도 986건이나 됐다. 주말·휴일에 설 연휴까지 쉬지 않고 일해도 하루 40건을 처리해야 했던 셈이다.

ㅇ씨의 업무를 보조했던 사회복지 도우미 김아무개(48)씨는 “사회복지 쪽 일이 원래 많은데다 ㅇ씨는 처음 일을 배우는 시기에 무상보육 신청 건수까지 폭주해 더욱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동료 공무원들도 “ㅇ씨가 공무원이 되기 전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했다는데,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 공무원에 합격해 첫발을 디뎠으나 마주친 현실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무척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인구 23만명인 울산 중구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올해 신규 채용한 5명을 포함해 모두 44명이다. 사회복지직 공무원 1명이 주민 5200여명을 맡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 전체를 봐도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216명으로, 114만여명인 울산시 인구에 견주면 1명이 5200명 넘는 주민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목숨을 끊은 사회복지직 공무원 ㄱ(32·여)씨가 일했던 경기도 성남시도 98만명 인구에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188명에 그쳐 1명당 5000명 이상을 맡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사회복지정책이 확대되면서 정부의 복지사업만 따져도 2006년 186개였지만, 현재는 296개에 이른다. 복지 업무가 늘어난 만큼 인력 보충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본부는 “수혜자의 생활실태를 직접 보고듣고 느끼는 것이 사회복지 업무를 처리하는데 가장 중요한데도 당장 밀려오는 업무처리와 민원응대 때문에 뒤로 밀리고 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의 부정적인 정서와 과도한 감정상태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어 이에 따른 정신적 압박과 피해가 지속적으로 쌓여가고 있다”며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울산시민연대 사회복지센터 쪽도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총액인건비 제도에 묶여 있기 때문에 대다수 지자체들이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인력 충원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하루빨리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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